"내 집인데 강제 청산된다니…" 은마아파트 집주인들 '패닉' [집코노미]

입력 2020-06-19 09:05   수정 2020-06-19 15:12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세입자는 졸지에 쫓겨나야 한다. 여권에서 도입하려는 계약갱신청구권과 맞물리면 이해가 상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 집인데 강제 청산”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이후 조합을 설립하는 재건축 아파트에선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이 대상이다. 국토부는 ‘6·17 대책’의 후속 조치로 이 같은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연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직장이나 임대 등을 이유로 다른 곳에 거주하던 집주인들은 조합원 분양신청 전까지 세입자를 내쫓고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한다. 2년 거주 기간을 못 맞추면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격대로 현금청산된다. 자신의 집이지만 소유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소유주들과 법조계에선 위헌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한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에 배치돼서다.

집주인의 직접 입주가 늘면 그만큼 세입자들은 집을 잃는다. 임대인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거나 임차인이 주거권을 침해받는 식으로 어느 한쪽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세입자에겐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세입자가 원할 경우 일정 횟수의 임대차 재계약을 강제하는 게 골자다. 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면 이번엔 집주인이 입주할 수 없게 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진퇴양난이다. 4~8년의 의무임대기간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안에 분양신청일이 도래하면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의무임대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그간 받은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혜택을 뱉어내고 과태료까지 물어야 한다. 국토부가 구제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체 임대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진 않을 것이란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쟁점들이 도정법 개정의 위헌 논란에 불을 당기고 있다. 그러나 실제 헌법소원이 진행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헌법소원은 해당 법 시행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제기해야 한다”며 “아직 조합설립도 하지 못한 단지들에서 거주 요건 때문에 청산당한 소유자가 나오려면 짧아도 4~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어려울 듯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거주 요건 부족으로 분양자격을 얻지 못하는 소유자들이 사업 진행에 동의할 리 없어서다. 재건축조합 설립을 위해선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와 동(棟)별 50%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 동만 동의율 기준에 미달해도 조합설립이 불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거주 요건을 못 채운 이들에겐 출구마저 막히는 셈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 동력을 얻기는 더욱 힘들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나중에라도 2년을 살면 되지만 낡은 주택에서 실거주 요건을 채울 수 있는지는 가구별 사정이 다를 것”이라며 “여건이 열악한 소형 면적대 비중이 높은 단지들일수록 조합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움직임이 본격화했지만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아파트는 88개 단지 8만643가구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이다. 2003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13년째 답보 상태다. 2년 거주 요건이 시행될 경우 조합 설립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초기 단계인 압구정동과 잠원동, 목동 일대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겹규제도 기다리고 있다.

사업이 표류하다 물거품으로 돌아가면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조합의 채무 등은 우선 임원들에게 돌아간다. 운영비를 위해 시공사에게 돈을 빌리는 대신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서기 때문이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법리적으론 사업 추진에 동의한 조합원들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총회를 통해 부담금을 산정해야 하기 때문에 총회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면 사실상 부담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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